← 대시보드로

백테스트팩터 · 2026년 9월 9일

과거 데이터로 백테스트했는데, 그때는 몰랐던 숫자를 쓰고 있진 않나요?

"이 전략, 최근 5년 데이터로 돌려보니까 수익률이 꽤 괜찮던데?" 백테스트를 해본 분이라면 한 번쯤 이런 뿌듯함을 느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그 '5년 전 PER'이나 '3년 전 ROE' 숫자, 정말 그 시점에 시장 참여자들이 알 수 있었던 숫자일까요? 놀랍게도 많은 백테스트 도구와 초보 투자자들이 이 질문을 그냥 지나칩니다. 오늘은 바로 이 문제, '시점정합(point-in-time)'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시점정합이 뭔가요

시점정합이란 쉽게 말해 "그 시점에 실제로 알 수 있었던 데이터만 그 시점 분석에 쓴다"는 원칙입니다. 재무제표에는 '결산기준일'과 '공시(제출)일'이라는 두 개의 날짜가 있는데, 이 둘 사이에는 항상 시차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12월 결산법인인 가상의 A사가 있다고 해봅시다. 2023년 4분기(10~12월) 실적은 결산기준일이 2023년 12월 31일이지만, 실제로 이 숫자가 사업보고서를 통해 시장에 공개되는 시점은 통상 2024년 3월 중순입니다(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는 결산일로부터 90일 이내 제출). 그런데 백테스트 프로그램에서 "2023년 12월 31일 기준 PER 8배"라는 데이터를 그대로 2023년 12월 31일 매매 신호에 쓴다면, 실제로는 아무도 몰랐던 정보를 마치 그날 알고 있었던 것처럼 쓰는 셈입니다. 이걸 '미래참조 편향(look-ahead bias)'이라고 부릅니다.

왜 이게 백테스트 성과를 왜곡시키나

미래참조 편향이 무서운 이유는, 실전에서는 절대 재현할 수 없는 '치트키'를 백테스트에서만 쓰게 되기 때문입니다.

① 실적 발표 전 3개월간의 시차: 4분기 실적이 좋아질 걸 미리 알고 12월 말에 미리 사는 것처럼 시뮬레이션되면, 실제로는 불가능한 타이밍에 진입하는 셈이 됩니다.

② 정정공시 문제: 처음 공시된 영업이익이 100억이었다가, 몇 달 뒤 회계처리 오류로 80억으로 정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백테스트 데이터에 '최종 확정치'인 80억만 반영되어 있다면, 정정 전 시점의 투자 판단을 재현할 수 없습니다. 실제 그 시점 투자자는 100억이라는 숫자를 보고 판단했을 텐데 말이죠.

실전에서 직접 확인하는 방법

말로만 하지 말고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 dart.fss.or.kr)에서 아래 순서로 해보시면 됩니다.

1) 회사명 검색 후 '정기공시' 탭에서 사업보고서·분기보고서 목록을 봅니다.

2) 각 보고서의 '접수일자'와 보고서 본문의 '결산기준일'을 나란히 적어봅니다. 보통 분기보고서는 결산일로부터 45일, 사업보고서는 90일 정도 차이가 납니다.

3) 보고서명 앞에 '[기재정정]'이 붙어있는지 확인합니다. 정정이 있었다면 원래 공시일과 정정일 사이에 어떤 숫자가 바뀌었는지 비교해봅니다.

4) 내가 쓰려는 백테스트 데이터가 '결산기준일'을 기준으로 정렬되어 있는지, '접수(공시)일'을 기준으로 정렬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합니다. 전자라면 시점정합이 안 된 데이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보가 흔히 하는 실수

가장 흔한 실수는 최근 12개월(TTM) 재무 데이터를 과거 전체 기간에 일괄 적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시점 PER 순위 상위 20%"라는 조건을 3년 전 매매 시점에도 그대로 적용하면, 3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최신 실적이 반영된 PER로 과거를 재단하게 됩니다. 또 하나는 상장폐지되거나 합병된 종목을 데이터에서 아예 빼버려서 생기는 생존편향인데, 이것도 시점정합 문제와 함께 백테스트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입니다.

마무리

시점정합은 백테스트의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이 결과의 화려한 수익률 곡선만 보고 이 전제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어떤 전략을 검증할 때는 항상 "이 숫자를 그 시점에 실제로 알 수 있었나?"를 스스로 물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머니체크업(https://getmoneycheckup.com)에서는 PER·ROE·부채비율 같은 지표를 공시 시점 기준으로 정리해, 최신 확정치가 과거 시점에 왜곡되어 섞이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감사의견이나 정정공시 이력, 건강점수 별점 같은 정보도 함께 확인하시면 재무 숫자 하나만 보고 판단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과 관련된 실제 데이터
정직한 백테스트 결과 →  ·  가치+퀄리티 종목 랭킹 →
← 투자 가이드 목록으로